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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등산

지리산 성중종주/첫 종주도전(성삼재-토끼봉-형제봉-연하봉-제석봉-천왕봉-중산리)[2023.06.11]

성삼재 - 노고단 - 임걸령삼거리 - 노루목 - 삼도봉 - 토끼봉 - 화개재 - 명선봉 - 연하천대피소 - 삼각고지 - 형제봉 - 벽소령대피소 - 덕평봉 - 선비샘 - 칠선복 - 영신봉 - 세석대피소 - 촛대봉 - 삼신봉 - 화장봉 - 연하봉 - 장터목대피소 - 제석봉 - 천왕봉 - 중산리
 
지리산 종주의 오리지널은 화엄사에서 출발하여 대원사로 하산하는 화대종주이지만, 일반인중에서 화대종주를 하루만에 가능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주능선과 천왕봉을 모두 다녀오면서도 하루만에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성삼재-중산리 또는 성삼재-백무동 코스를 많이 이용하는데 나는 그 중 가장 짧은 성삼재-중산리 코스로 간다.
지금까지 22킬로 이상 가본적이 없는데 겁없이 도전해 본다.

23시 동서울 터미널에서 성삼재행 버스를 탄다. 소요시간은 네시간이다.
중간에 덕유산 휴게소, 함양에서 정차를 하기 때문에 30분 정도 밖에 잠을 잘수가 없었다. 

2시 45분 성삼재에 도착했다. 내가 타고 온 버스를 찍었다.

국립공원 직원이 길을 막고 지키고 있다. 3시에 개방된다.

어둠을 뚫고 노고단 고개에 도착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게 느낌이 안좋다.

노루목쯤 오니 다섯시쯤 되었다. 헤드랜턴을 꺼도 된다.
임도가 끝나는 노고단 고개부터는 캄캄한 밤길이 무섭다. 그래서 밝아지기 시작할때까지 다른 일행들을 따라갔다.
반야봉은 사치다.

삼도봉과 반야봉

삼도봉에서 운해와 천왕봉 방향에서의 일출을 봤다.

삼도봉에서 천왕봉까지 20킬로미터 너무멀어 실감이 안난다.

삼도봉을 지나자마자 화개재까지 고도를 200미터 정도 떨군다. 무척 많이 내려간다.

화개재에서 토끼봉까지 내려온만큼 다시 올라간다. 다행히 경사도가 심하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올라왔다.

연하천 대피소. 
토끼봉부터 연하천 대피소까지도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온다. 결코 쉽지 않다.
여기서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연 천왕봉까지 갈 수 있을까?

연하천 대피소에서 물보충이 가능하다.

연하천대피소에서 처음 몇백미터는 길이 좋다.

매우 좋아 사진찍을 여유가 생긴다.

삼각고지 삼거리이다.

형제봉 정상부근에 있는 바위이다.
날씨가 곰탕만 아니었다면, 이 바위에서의 조망이 썩 좋을 것 같다.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 지리산에 있는 대피소중 가장 고즈넉하고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지리산은 주요 길목마다 입산 통제 가능시간이 있다.
여기에서 천왕봉 방향은 하절기 14시까지 라고 적혀있다.

벽소령 대피소의 모습

벽소령 대피소에서 1킬로 미터 정도는 완전히 평지이다.
그다음 덕평봉을 오르는데 고도를 200미터 정도 올리는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오르막길이 나오면 욕이 나오기 시작했다.

덕평봉을 지나 선비샘에 도착했다. 물보충이 가능하다.

선비샘 전망대에서의 모습. 그나마 해가 조금 비췄다.

칠선봉에서 천왕봉이 보인다. 가야할 능선이 아직 많다.

영신봉까지 엄청나게 올라간다.

구름이 조금 걷히니 지리산의 모습이 보인다.

영신봉이다. 처음으로 1600미터 이상 고도를 높였다. 
지금까지 거의 20킬로미터를 1300~1500미터 고도사이에서 오르락 내리락 반복했다.

멀리 산너머로 살짝 천왕봉이 보인다.

여기에서 그냥 직진하는 걸 추천한다.
세석 대피소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것도 매우 힘들다. 더군다나 세석대피소에서 물보충하려면 또 한참 내려가야 한다.

세석대피소.
벽소령에서 세석대피소까지 무려 6킬로가 넘어 매우 지루하고 힘들었다.

탐방로 안내 표지만. 매우 어렵다고 씌여있다.

세석대피소부터는 시간에 쫓기기 시작한다.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어디로 언제 하산해야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
백무동에서 동서울가는게 편하지만 막차가 18시다.
중산리에서는 원지 또는 진주로 가야한다.

너무 힘들다면 여기에서 거림으로 내려가면 된다.

세석대피소부터 산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다른 산에 온듯한 기분이다.

또 올라야될 봉우리가 보인다.

산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지리산은 크게 네 개의 지질 구조를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지질이 형성된 후에 융기하여 지금의 모습을 보이는 걸까?

끝없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촛대봉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저기에 가는 것도 사치다. 힘이 없다.

해발 1700미터 대로 처음 올라왔다.
하지만 역시 곧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어떤 봉우리든 다 한참 내리막길이 있다.

그나마 날이 개어 찍어본 사진이다.

천왕봉까지 3킬로.
이젠 아무리 힘들어도 천왕봉에 가야한다. 여기서 포기하는 건 좀 그렇다.

화장봉에서 지나온 능선을 찍어보았다.

화장봉에서의 북쪽 방향.

그리고 화장봉에서 바라본 그 유명한 연하선경
멀리서 보면 소백산의 능선이 떠오르지만, 가까이 보면 암석과 나무들의 조화가 전혀 다른 풍경이다.

연하선경. 다행이 이곳에서 구름이 걷혔었다.

연하봉 도착. 연하봉의 풍경이 멋지다.

멀리서 바라본 연하봉

장터목 대피소 도착.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보통 여기에서 중산리로 바로 내려간다.
백무동으로 내려가면 동서울터미널로가는 버스가 있다.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매우 힘들다.
한시간 20분정도 소요된다.

이 시점에 말도 안되는 깔딱고개가 시작된다.

고도를 200미터 정도 높여 제석봉에 이르니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뒷편으로 지나온 능선이 보인다.

고사목도 장관이다.

이제 1.1킬로미터 남았다.
이젠 제발 내리막길이 없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중간중간에 이런 파란 암석들이 눈에 뛴다.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궁금해진다.

천왕봉에 가까이 간다. 1분에 한번씩 휴식시간을 갖는다.

천왕봉이 보이는 듯 하다.

정상도착 15시 40분. 12시간 40분 걸렸다. 
국립공원 정상중 가장 붐비는 정상석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곰탕 날씨의 덕인가?

천왕봉 풍경.

천왕봉 풍경. 이런 손가락이.

이젠 빨리 집에가야한다.
10분간 정상에서 머문뒤 바로 하산한다.
처음부터 엄청난 계단길이 기다리고 있다.
천왕봉 오르는 가장 빠른길인 중산리코스는 으레 최단거리코스가 그렇듯이 볼만한건 없다.

법계사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절이라고 한다.

여기에 또 샘물이 있다.
법계사 바로 밑 로타리 대피소에 갈림길이 있다.
이곳에서 중산리 방향과 순두류 방향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꼼수지만 나는 순두류 방향으로 내려간다.
해발고도로 중산리보다 약 300미터 이상 덜 내려간다.
시간도 최소 30분이상 단축된다.
하산하는데 2시간 10분 걸렸다.

순두류 탐방로 입구.

순두류로 내려오려면 법계사 셔틀버스 시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버스막차를 놓치면 그냥 중산리로 내려가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린다.

버스하차. 산행완료?
헉 이곳에서 중산리 버스정류장까지 1.5킬로미터 정도 걸어가야 한다. 제길

중산리 버스 시간표는 다음과 같다.
서울로 가려면 30킬로미터 떨어진 원지에서 시외버스를 타거나 47킬로미터 떨어진 진주로 가서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타면 된다.
원지나 진주에는 늦은시간까지 서울가는 버스가 있다.
 
성중종주는 내 기분탓인지는 몰라도 계속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이었다. 간간히 기분좋은 능선길이 나오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일뿐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물은 500밀리 한병과 빈병 하나면 충분하다. 모든 대피소에서 식수보충이 가능하고 임걸령, 선비샘, 법계사에서도 샘물이 있다.
하루가 지났는데 종주에 성공했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겁없는 사람은 도전해 보길 바란다. 
나는 당분간 지리산은 생각도 하기 싫을 것 같다.